(법조동향) ‘위법 수집 증거’ 공방…‘박사방’ 항소심서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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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26회 작성일 21-04-0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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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9245.html 


최근 디지털 성범죄 유·무죄를 가르는 ‘위법 수집 증거’를 둘러싼 공방이 텔레그램 ‘박사방’의 항소심에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이유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지 않으려면, 실체적 진실 규명만큼이나 수사기관의 절차적 적법성 확보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문광섭)의 심리로 지난달 30일 열린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와 공범 ‘태평양’ 이아무개군, ‘도널드푸틴’ 강아무개씨, ‘랄로’ 천아무개씨 등의 항소심에서 천씨 쪽 변호인은 1심에 이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여서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아동·청소년 등 여성들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천씨의 개별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하던 중 별건 범죄를 인지하고도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채 피의자신문조서를 쓴 뒤 별건 범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뒤늦게 발부받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오는 20일 해당 경찰을 증인신문할 예정이다.


천씨 쪽과 검찰은 위법 수집 증거 여부에 대한 공방을 예고했다. 만약, 재판부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피고인 쪽 주장을 받아들이면, 검찰이 공소사실을 입증할 다른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유일한 증거인 동영상이나 사진 등이 증거 능력을 잃으면 이에 기초한 피고인 자백 등도 배제될 수밖에 없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과정에서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 절차 모두가 위법하다”며 절차적 통제 수단인 참여권을 제시한 바 있다. 이인복‧이상훈‧김소영 대법관은 “실체적 진실 발견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헌법이 규정하는 적법절차 테두리 내에서만 빛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가수 정준영의 상고심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는 정씨 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 5년을 확정했다.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 조화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대법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 판례에 따라 하급심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오원찬)는 지난해 11월 시내버스 안에서 여성 치마 속을 촬영하는 등 휴대전화로 27차례 여성의 신체를 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ㄱ씨의 항소심에서 “디지털 포렌식 전 참여권 통지가 없었다”며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부(재판장 이태우)도 지난해 3월 고가의 자전거를 훔친 혐의로 긴급체포됐다가 여성의 다리 등을 41차례 촬영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ㄴ씨의 항소심에서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받기 전까지 적법한 압수절차를 취한 바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단했다.


성범죄 전담 국선 변호사인 신진희 변호사는 “압수수색 절차도 복잡하지만 절차적 적법성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현실 수사의 한계”라며 “비공개·위장수사가 가능해지면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의 휴대전화에 의존하지 않고 증거를 수집할 수 있어 위법 수사가 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 판사는 “실체적 진실 발견의 실체를 디지털 증거 압수수색 제도 전반을 관철하는 이념으로 삼아야 한다”며 “절차적 위법이 있지만 혐의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있는 만큼 법원도 최종 판단에 대한 고민이 많다. 수사기관도 적법절차에 대한 섬세함을 갖춰 증거가 배제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짚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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