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USB 제출 때 수사기관이 가해자에게 압수 전자정보 목록 교부 등 하지 않아" 제출된 USB 등 증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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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1,644회 작성일 22-09-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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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804481



피해 사진과 영상 담긴 USB는 가해자 소유"
  • 되짚어본 판결문 (상)
"USB 제출 때 수사기관이 가해자에게 압수 전자정보 목록 교부 등 하지 않아"
제출된 USB 등 증거 능력 잃고 무죄로

교제했던 여성 2명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동의 없이 소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후반 남성이 무죄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검사는 일주일 만에 항소를 했고, 이 사건과 수사 과정을 다시 살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판결문을 보니 1심 재판부는 피해 사진과 동영상이 담긴 USB(이동형 저장 장치) 등을 피해자에게 제출받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피의자 참여권 보장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래서 이렇게 수집한 증거는 위법해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수사 경과를 들여다보고 항소심 쟁점을 따져봅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장유진 부장판사, 구본웅·장시원 판사)는 지난달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성착취물 소지)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촬영물 소지) 혐의로 기소된 ㅂ(39)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ㅂ 씨는 과거 교제한 피해자 2명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신체 사진과 성관계 동영상을 찍고 동의 없이 소지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2020년 9월 피해자 ㄱ 씨에게 동영상과 사진 파일 795개가 담긴 USB를 제출받았고, 같은 해 10월 다른 피해자 ㄴ 씨에게 사진과 동영상 파일 611개가 담긴 USB를 제출받았다.

뒤에 제출한 USB는 가해자와 함께 작업 공간을 썼던 피해자 ㄴ 씨가 2019년 10월 이별 뒤 짐을 가지고 나오면서 입수하게 된 것이었다. 앞서 제출한 파일은 이 USB에서 복사한 것이라고 피해자 ㄱ 씨는 경찰에 진술했다.

피해자 ㄴ 씨는 "1년 정도 지나 TV에 USB를 꽂아 쓰려고 봤더니 가해자 이름으로 된 폴더가 있었고, 그 안에 자신과 피해자 ㄱ 씨 사진과 동영상이 다수 저장돼 있어 그 가운데 몰래 찍은 것을 따로 분류해 제출하는 것"이라며 "파일 중 영상 20개 정도는 지웠다"고 경찰에게 말했다.

지난해 2월 14일 피해자 ㄱ 씨는 "가해자가 몰래 촬영한 부분을 구분 지어" 사진 파일 127개, 동영상 파일 43개가 담긴 USB도 임의제출했다.

앞서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2020년 11월 25일 ㅂ 씨 소유 하드디스크, 외장 하드, 휴대전화 등 저장 장치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이를 토대로 같은 해 12월 경찰은 디지털 증거 분석 결과, 복제본 해시값을 확인했다. 해시값은 복사된 디지털 증거의 동일성을 입증하려고 파일 특성을 간략하게 만든 암호 수치로 '디지털 증거 지문'으로 불린다.

이어 경찰은 휴대전화 2대에 있던 전자정보를 특정해 해시값을 확인한 이후 ㅂ 씨에게 상세 목록을 전자정보 확인서 형태로 교부하고, 이를 증거로 압수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USB 3개를 제출받은 과정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으로서는 USB 3개와 여기에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압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에 따라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하는 등 피압수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해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그러한 절차를 취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며 "실질적 피압수자인 피고인 측에 절차 참여를 보장한 취지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다"고 짚었다.

비록 재판부가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피고인의 가해 행위와 원본 USB 소유·관리권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과 교제하면서 수시로 피해자들의 신체와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장면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해왔다"며 "이 같이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USB에 백업한 이후 피해자가 임의로 가져갈 때까지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해왔다. 또 피고인은 USB 내에 피해자별로 폴더를 구분해 사진과 동영상을 저장하는 방법으로 사진과 동영상에 전속적인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해왔다"고 봤다.

더구나 이 사건은 "사건이 범죄로 되지 않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는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가 선고됐다. 범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범죄사실 증명, 즉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없어 무죄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