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동향) 불륜 캐던 흥신소는 잊어라, 학폭 탐정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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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29회 작성일 21-03-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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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1/03/09/NCUGYYIV7JBLNB2YRMTKBHAW4Y/ 


불륜 캐던 흥신소는 잊어라, 학폭 탐정으로 변신

학폭 증거 수집, 등하교 동행… 업체 “관련 의뢰 배로 늘었다”
교도소 수용자 반성문 대필에 연애문제 돕기 등 ‘영역 확장’


기도 수원시에 사는 김모(48)씨는 작년 말 중학교 3학년 아들 문제로 교내 ‘학교폭력전담기구’의 소환 통보를 받았다. ‘아들이 다른 학생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강요했다’는 것이었다. 김씨가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묻자 ‘같이 담배를 피운 것은 맞지만 강요한 적은 없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김씨는 학교 출석을 앞두고, 심부름센터를 찾아 ‘아들을 미행해달라’고 했다. 의뢰를 받은 센터 직원은 학교 인근 아파트 단지에 매복해 김씨 아들과 피해자로 지목된 학생이 어울려 흡연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이 사진을 학교에 제출했고, 결국 아들 문제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났다. 김씨는 250만원을 대가로 지불했다.

심부름센터, 소위 흥신소라고 하면 으레 ‘불륜 뒷조사’부터 먼저 떠올렸다. 그러나 최근엔 학교 폭력 사건 조사와 연애 지원 상황 연출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심부름센터에 가장 많은 의뢰가 몰리는 분야는 ‘학교 폭력’ 문제. 교내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가 열리기 전에 정확한 사건 정황을 확인하고, 의뢰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징계 처분을 받으면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을 수 있다”며 “아이 생기부에 ‘빨간줄’ 남기지 않으려면 부모들이 제대로 증거 확보해서 다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학교 폭력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피에이컴퍼니 박우영 대표는 “최근 학폭 관련 의뢰가 배로 늘어 한 달에 20건쯤 들어온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대구에 있는 한 업체는 학폭을 전담하는 20~30대 젊은 직원을 두고 있다. 이들은 유도 3단 이상의 유단자들로 등하굣길 동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금은 대략 250만~350만원 선. 기본 요금에 학생의 동선이 ‘학교와 집’만 오가는 고정적인 게 아니면 50만원 추가, 지방 출장이 필요할 경우 30만~50만원이 추가로 붙는 식이다. 경기도의 한 업체는 아이들이 휴대폰에서 지운 카카오톡 메시지, 소셜미디어 게시글을 복구해주는 디지털 포렌식 서비스를 하고 있다. 경기도의 다른 업체는 학생의 이름, 주민번호만 주면 계좌 잔액 조회와 입출금 내역을 확인해주겠다고 광고하고 있다. 현행법상 이는 불법이다.
연애 문제를 돕기 위해 ‘상황 연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한 심부름업체 대표는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식당에서 연기자들이 폭력배 행세를 하면 의뢰인이 혼내주는 ‘영웅 만들기’ 시나리오”라며 “연극영화과 출신 최소 2명을 투입하는데, 의뢰비는 직원 1명당 20만원”이라고 했다.

부산시 중구에 있는 한 심부름센터는 업체 대표의 실제 복역 경험을 바탕으로 교도소 수용자의 수발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수용자들의 반성문, 외부 탄원서 대필 서비스가 인기라고 한다. 이 업체 대표는 “폭력·상해 사건에서 감형을 받기 위한 반성문이나 탄원서의 경우 A4 용지 3장 기준으로 10만원을 받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