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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segye.com/newsView/20170831003650


“디지털 증거 수집때 ‘정보 인권’ 강화”

경찰委, 관련 규칙 개정안 의결 / 범죄 관련 정보만 선별적 압수 / 압수수색 범위 등 동의 의무화… 파일 확보 땐 확인서도 받아야

관련이슈  : 디지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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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8-31 19:52:06      수정 : 2017-08-31 19:52:06
“억울합니다.” 

지난해 11월 협박미수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 피고인 이모(35)씨는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며 경찰이 압수한 디지털 증거의 증거력을 문제삼았다.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국에 테러를 하겠다는 등의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그는 “경찰이 노트북과 파일을 압수하던 당시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법정에 제출된 디지털 증거 역시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이씨의 사건처럼 디지털 증거 인정 여부를 두고 다투는 사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노트북,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저장된 정보가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핵심 증거가 되는 경우가 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경찰이 디지털 증거 수집·분석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오해를 최소화하고, 당사자의 ‘정보 인권’ 확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정보를 분석해 범죄 증거 찾는 수사기법)’과정에서 적법절차를 강조, ‘인권경찰’로의 의지를 다지겠다는 의미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위원회는 지난 21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경찰청이 마련한 ‘디지털 증거수집 및 처리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크게 △피압수자의 참여권 보장 △압수수색·검증방법의 구체화 △범죄와 무관한 정보 삭제를 골자로 하고 있다. 경찰은 우선 규칙 제1조에 ‘인권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문구를 포함시켜 인권친화적인 수사 의지를 명백히 밝혔다.  

구체적인 압수수색·증거 분석 절차도 제시했다. 범죄 관련 정보만 선별적으로 압수하고, 파일의 원본·복제본을 확보할 때 각각 확인서를 받게 하고, 이를 위한 서식을 새롭게 가다듬은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피의자나 변호인의 참여권도 명문화했다. 따라서 경찰은 범죄 피의자에게 ‘미란다 원칙’을 미리 고지해야 하는 것처럼 이달부터 압수수색 참여 범위 등에 대해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디지털 증거는 일반 아날로그 증거와 달리 복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범죄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원본과 차이가 없다는 ‘동일성’과 훼손·변경되지 않았다는 ‘무결성’이 밝혀져야 한다. 경찰은 개정안을 통해 두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이자 일종의 ‘디지털 지문’인 ‘해시값’을 확인하도록 했다. 또 무분별한 개인정보 노출의 우려를 막기 위해 범죄와 무관한 증거는 삭제·폐기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이같은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 3월부터 자체 개발한 ‘완전삭제 프로그램’을 구동중이다.  

사실상 거의 모든 범죄 수사에 이용되는 디지털 증거 분석은 매년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6년 경찰백서에 따르면 2009년 5493개였던 디지털 증거분석 매체 수는 2015년 2만4295개로 증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3만144개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인 것은 모바일기기(스마트폰·휴대전화)다. 2009년 658건에 불과했던 모바일 기기 디지털 포렌식은 2015년 1만9526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11월)에는 2만4655건까지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디지털 증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실무·법률 환경이 많이 변화했다”며 “개정안은 이같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무분별한 개인정보 수집 등 수사·분석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우려를 불식하고, 인권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