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뒤늦은 카톡 압수수색 위법 판결에 용혜인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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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fpa 댓글 0건 조회 2,182회 작성일 22-06-0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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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



뒤늦은 카톡 압수수색 위법 판결에 용혜인 “너무 오래 걸렸다”

  •  박서연 기자
  승인 2022.06.03 18:14

2014년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집회시위법 위반 카카오톡 압수수색당해
법원 “카톡 압수수색 위법”… 검찰, 법원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
대법원, 원심 확정 최종 판결… 시민단체 “디지털 수사 관행 고삐”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디지털 증거물, 특히 서버에 대한 증거물 같은 것들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 그 과정에서 민주국가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원칙이 이제야 세워졌다는 게 아쉽다. 검찰 등 수사 기관이 압수수색에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면 정말로 필요한 증거물이 쓰이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까 걱정이다. 본인들의 수사 권한을 무책임하게 사용하지 말고 책임감 있게 임해야 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대법원이 검찰 등 수사 기관이 카카오톡 등 메신저 대화를 압수수색하는 경우 당사자에게 통지조차 하지 않은 행위는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압수수색시 검사, 피고인·변호사가 보는 앞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사 대상자의 참여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디지털 증거가 중요해지는 시대에 검찰 등 수사 기관이 메신저와 SNS 사업자 등 제3자가 보관하는 전자정보를 무분별하게 압수수색하지 않도록 제동을 건 셈이다.

2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검찰이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대해 압수수색을 취소한 법원의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신청한 재항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재항고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최종적으로 불복하는 방법이다. 2016년 초 대법원은 사건을 접수한 뒤 6년 동안 심리를 거쳐 검사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용혜인 의원은 3일 미디어오늘에 “상식적인 판단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든다”며 “검찰에서 재항고해 대법원 판결까지 가게 된 건데, 1심에서 압수수색이 위법 판단이 나왔다. 검찰도 본인들이 위법 행위를 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카카오톡 압수수색 내역을 증거물로 제출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이 사안을 재항고까지 해서 끌고 온 것에 대해 검찰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토로했다.

용 의원은 이어 “당시 저는 대학생이었다. 압수수색 자체가 일반인이 쉽게 겪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나중에 제 카카오톡이 압수수색 당했다는 사실을 통지받았는데 너무 당황했다”며 “카카오톡 서버와 맵 등을 압수수색 해 제 정보를 가져갔다는 게 놀라웠다”고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2014년 5월18일 용 의원은 세월호 피해자 추모집회인 ‘가만히 있으라’를 기획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대학생이던 용 의원은 침묵 행진을 하며 미리 신고한 장소에서 행진이 끝난 뒤 참가자 150여명과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서울 은평경찰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용 의원의 카카오톡 대화 내용 등을 카카오 법무팀을 통해 압수수색했다. 카카오 법무팀은 대화방 57개의 내용을 경찰에 넘겼다.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용 의원을 기소했다.

한참 후 자신의 카카오톡 대화방이 압수수색 당한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법원에 서울 은평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이 벌인 압수수색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준항고 소송을 제기했다. 자신에게 통지조차 하지 않은 압수수색은 위법하다는 주장이다. 준항고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당국이 내린 처분에 대해 이를 취소하거나 변경해달라며 내는 이의신청을 말한다.

이에 2016년 2월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1단독 김용규 판사)은 ‘영장집행 취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본인에게 통보하지 않아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은 점 △형사소송법에서 압수수색이 통보 없이 이뤄지려면 ‘급속을 요하는 때’여야 하는데 ‘급속을 요하는 때’가 아닌 상황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형사소송법 ‘영장집행과 당사자의 참여’ 조항을 보면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 ‘영장집행과 참여권자에의 통지’ 조항을 보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함에는 미리 집행의 일시와 장소를 전조에 규정한 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단 전조에 규정한 자가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 또는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로 한다.

그러나 지난 2일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서는 원심과 달리 ‘급속을 요하는 때’는 맞았으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점’ 때문에 경찰과 검찰의 압수수색이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준항고를 담당한 김종보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도 “강제수사의 최소침해성 원칙을 지켜 수사 기관의 무분별한 개인정보 침해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한다”고 밝힌 뒤 “카카오 등 정보통신사업자들도 압수수색이라고 해서 가입자의 정보를 함부로 제공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